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좀 괴상한 제목이다. 이 번역 제목의 ‘역사’는 사실 이 책과 별 관련이 없다. 인간의 과거 여기를 들춰내고는 있지만 과거에 대한 모든 서술에 ‘역사’라는 이름이 붙을 수는 없다. 과연 원제를 보면 거기 쓰인 단어는 ‘history’가 아니고 ‘story’일 따름이다. 과연 우리가 어떻게 문화를 이루며 살아왔느냐는 이야기.

 

‘문화’라는 단어도 무지막지하여 이 짤막한 책에 다 담을 수는 없으니 저자가 추려낸 몇 풍경이 들어있을 따름이다. 저 단어 ‘문화(culture)’가 여기서 지칭하는 것은 생활의 양식이겠다. 인간이 모여서 생활하면서 드러나는 어떤 독특한 모습. 그것의 몇 가지 모습을 기록된 일반적인 서술 너머 저자가 파헤치고 있다.

 

그 문화는 독립적으로 진화 발전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문화와의 만남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저자가 그간의 사례를 통해 드러내는 점이다. 책은 쇼베이 동굴벽화에서 시작한다. 거기 그림을 남긴 이들을 이해하는 데 문자의 도구는 별로 의미가 없다. 문자가 만들어진 이후에는 서로 다른 그 문자들을 이어주는 작업들이 필요했고.

 

본문 처음에 등장하는 네페르티티 왕비와 얼굴 없는 신의 이야기는 좀 충격적이다. 발견된 몇 조각상의 특징적 모습들이 왜 그런 모습이 되어야 했는지를 추론하는 데는 여기저기 묻혀있던 문자, 비문자의 자료를 엮어나가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인도로 가서 경전을 들고 복귀하던 현장의 영웅적인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문제는 저 단어 ‘문화’가 생활의 양식을 지칭하면서 때로는 동시에 향유해야 할 고급스런 가치를 지칭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개념을 혼동하면 논의가 헛갈리는데 아쉽게도 후반부의 저자가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론부의 역동적인 문화상을 설명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강남스타일>과 BTS가 등장하는 걸 보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