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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이 인상적이다. ‘나는 전쟁과 혁명이 인간사를 처리하는 한 가지 방식이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결코 합리적이지도 정중하지도 않은 방식이라고 믿는 편이므로 확고한 평화주의자다. 또 나는 배에 모르기가 무섭게 몇 분 만에 토하다 죽을 것만 같으므로 뱃사람으로서 형편없다.“

 

저자는 근대 초기 역사를 쓰다가 저 대포와 범선이 지니는 압도적 중요성의 증거들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 책을 쓴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 책은 좀 이상한 방식을 선택하는데 책 전체에서 압도적으로 주석이 많은 것이다. 주석이 한 페이지를 다 채우는 책은 드물다.

 

책의 내용은 제목에 요약되어 있다. 1400~1700년대에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배경에 대포와 범선이 있다는 것이다. 그 유럽을 제국들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대포는 청동기로 제작되었다. 그런데 이게 비싼 재료이므로 대체 재료가 필요했는데 그게 철이었다. 이후 각 국가별로 어떻게 철제 대포를 만들어나갔느냐는 이야기다.

 

이탈리아는 포탄에도 멋진 장식을 덧붙여야 속이 시원한 나라였다고 한다. 그에 비해 싸고 큰 대포를 만드는 능력이 결국 필요했는데 거기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등장한다. 이 거대한 물건은 이동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이때 범선이 필요해진다. 노 젓는 배가 아니라 바람을 이용하는 배다.

 

생각해보면 대포를 통한 최대 승전보는 오스만제국이 대포를 앞세워 콘스탄티노플을 접수한 사안이다. 이후 오스만제국은 비엔나까지 진격하지만 그건 육군의 이야기였다. 범선에 대포를 실은 제국들인 바다를 통해 나머지 세계를 접수해나갔다는 이야기. 근래 보기 드물게 명쾌한, 혹은 유물론적 방식으로 세계사를 설명한 책이다. 저 주석 중심의 서술이 독자 입장에서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