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06/01/01]
구로공단역의 이름이 바뀌었다. 구로디지털단지역이 되었다. 역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고 실제 입주해있는 산업체의 모습이 바뀐 것이다. 산업의 변화는 도시를 바꿔놓는다. 연탄이 사라진 것은 도시풍경에서 연탄굴뚝을 없앤 데서 끝나지 않고 탄광도시 사북을 카지노장으로 만들었다.
제조업을 엔진으로 도시가 발전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굴뚝산업으로 표현되던 공장들은 도시에 환경오염, 폐허, 공장이미지만 남겨 놓고 도시에서 사라지고 있다. 탄광산업처럼 산업자체의 경쟁력이 사라진 경우도 있다. 자동차 산업처럼 지가와 인건비가 싼 곳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면서 도시를 버리는 경우도 있다. 도심이 몰락하기 시작했다. 제조업체의 이전은 국경의 개념을 무의미하게 만들면서 이제 경쟁력의 계량이 국가가 아니고 도시 단위인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위기의 도시들이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고 경쟁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대개 문화도시, 관광도시라는 이름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국의 도시들도 영화세트장과 먹거리 축제의 깃발을 휘날리며 문화, 관광의 격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산업화 시대의 도시는 인간과 자연의 학대를 통해 모습을 일궈왔다. 산업혁명기 영국의 화려한 불빛 뒤에는 아동학대라는 긴 그림자가 도시 곳곳에 드리워있었다. 인간은 수치로 규정되는 능률과 실질의 가치에 무기력하게 희생되었다.
새로운 도시의 시대가 왔다. 그 도시는 인간존중의 가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자연은 생존의 도구가 아니고 공존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절실히 필요해졌다. 그리하여 산업화의 부산물로 형성된 선입견, 즉 자연은 선이고 도시는 악이라는 이분법도 이제 넘어서야 할 시기가 되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 그 위에 인간을 중심으로 한 문화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도시가 우리가 그리는 모습이 될 것이다.
이 기획은 산업화시대 이후에 새로운 방식으로 경쟁력을 갖게 된 도시, 인간이 도시성장을 위한 도구가 아니고 도시 생활의 적극적 주체들이 되는 도시들을 조망, 분석한다. 패러다임의 전환에 의해 새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도시의 현장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 도시들은 이제 사진으로 접하는 피사체의 공간이 아니고 삶의 구체적인 현장으로 제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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