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 게오르그 짐멜 : 김덕영, 윤미애 / 새물결>
하바드 대학 건축과의 교수 중에 Michael Hayes라는 이가 있다. MIT에서 짐멜을 가지고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문제는 공부한게 거기서 그쳤는지 짜증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모든 언행이 짐멜의 언급을 맴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덩달아 내가 가진 짐멜에 대한 인상이 좋게 시작할리는 없었다.
이 책은 짐멜이 여기저기서 써놓은 글을 묶은 책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자꾸 발터 벤냐민을 생각나게 한다. 쓰여진 연대가 크게 다르지 않은 탓도 없다고 볼 수는 없겠고 하여간 글의 분위기나 글의 진행 스타일이나 상당 부분 발터 벤냐민의 아케이트프로젝트를 연상시킨다. 둘 다 유태인이라는 공통점도 있으나 이런 점이 글의 분위기를 부각시킬 일은 물론 아니다.
차이를 이야기한다면 벤냐민이 오히려 훨씬 더 낭만적이고 직관적라는 점. 그리고 더 집중적으로 느껴진다는 점. 떠돌이로 살다간 벤냐민과 같은 냄새를 이 책에서는 맡을 수 없다. 번역문 너머로 느껴지는 문체는 건조하고 이글 저글 묶어놓은 것답게 좀 잡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모더니티(내가 번역하는 바, 근대적 사고로서의 모더니즘과 대비되는 근대적인 현상)가 세상에 자리를 잡아갈 때인 20세기 초반 이를 좀 떨어져서 바라본 시선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건축이 결국 건물을 만드는 작업 이전에 인간이 만드는 환경과 역사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지금 너무 익숙해져 있는 사회적 현상들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거기 깔려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시선의 일단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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