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 / 로알드 달 : 정영목 / 강

카스테라 / 박민규 / 문학동네
번역소설이 갖는 가장 큰 문제는 말 맛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건축으로 친다면 사진으로 바뀐 건물이 된 것이다. 어쩌면 텍토닉한, 구축적인 맛이 몽땅 빠진 채 모양만으로 건물을 보게되는 그런 느낌이 비슷할 것이다.
그러기에 번역이 된다면 소설은 대개 이야기구조에 의존하게 되곤 한다. ‘맛’의 원본이 갖는 말맛은 어떤 것인지 알 길은 없다. 그러나 이야기로만 본 ‘맛’의 저자는 단연 돋보이는 이야기꾼이다. 소설은 내용만으로도 그가 영국사람, 특히 교양이 풍부한 영국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때로는 우아하게, 때로는 교활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다 손을 놓아보리는 수법은 이 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거론하기에 앞서 허탈할 만큼 유쾌하고 탁월하다.
이에 비해 ‘카스테라’는 서사구조보다 말맛으로 승부를 건다. 소설의 언문일치 논쟁은 이미 오래된 것이지만 ‘카스테라’에서 선보이는 언문일치는 감칠 맛 나는 새로운 경지다. 소설가는 이 직설적 언문일치를 통해 일관된 문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기대반 허무반의 느낌을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하게 한다. 말하자면 수록된 열 편의 소설들이 소설집의 제목이자 수록된 첫번째 단편인 ‘카스테라’의 동종변형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올 이상문학상의 추천우수작에 올랐던 ‘갑을고시원 체류기’ 정도가 개 중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정도.
80년대의 사회적 문학이 90년대에 애첩문학으로 갔다가 최근 몸을 갖고 열심히 헤집는 문학계(특히 ‘이상문학상’으로 주도되는)의 분위기에서 ‘카스테라’는 분명 새롭고 반갑고 관심이 가는 작업이다. 동인문학상의 추천작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리니 정작 문학계 안에서 바라보는 ‘카스테라’의 평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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