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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가 사랑한 정동과 덕수궁

< 고종황제가 사랑한 정동과 덕수궁 / 김정동 / 발언 >

소설같은 제목의 이 책에 저자의 감정은 별로 들어가 있지 않다. 사실 고종황제가 정동과 덕수궁을 사랑했다고 볼 길도 없다. 그가 여기 머문 시간은 특정한 지역에 감수성의 한자락을 붙여놓을 정도로 한가한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종황제가 정동에 머물면서 이 지역이 역사의 전면에 나선 시기는 기껏해야 10년이 되지 않는다. 아관파천(1896) 이후에서 을사늑약(1905)의 기간이니 사실 참으로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동안 조선이라는 나라가 겪어야 했던 풍우성상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고 그 영향은 바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시기, 이 지역에 관한 책이 지금 감정이 들어가지 못하고 사실의 서술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겨우 100년 전의 사건에 남아있는 사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격동기의 모습이라지만 기이할 정도로 기록은 별로 없다. 그러기에 이런 책을 만들어낸 저자 김정동 선생의 노고가 지금 이처럼 값지다. 사실 저자는 근대건축 연구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선발주자다. 그 노력의 결과로 다른 후발 연구자가 감히 뒤따르기 어려운 자료를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공을 하는 연구자는 아니고 다만 이 시대에 관심이 많은 건축쟁이의 입장에서는 저자와 같은 연구자들의 더 많은 노력의 결실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리 많지 않은 후발 연구자의 수로 볼 때 빠른 시간 안에 이 시기의 모습이 선연히 모습을 드러낼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은 정동 권역에 관한 책으로 가장 잘 정리된 책이다. 다만 건축관련 책이 많은 경우 그렇듯이 책 자체의 모습은 과잉디자인이다. 인용된 사진의 몇 부분의 해설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그건 저자의 내공으로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쇄에서는 수정될 내용들이라고 보나 문제는 이 책이 2쇄를 찍을 만큼 판매가 될 것이냐 하는 것. 우리는 역사적 흔적을 들춰볼 정도로 한가하지 않고 증권투자기법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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