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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집이다. 불문학자로 널리 알려진 저자가 건축비평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당연히 이 책은 문학비평집이다. 제목에 쓰인대로 1980년대의 시인과 그들의 시에 관한 비평집. 내가 비평가도 아니고, 건축비평을 한 적도 없지만 건축쟁이로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비평의 내용보다 저자가 취하는 비평의 방식이다.

 

오랜 기간에 걸친 글을 저자가 모아나눈 방식은 총론에 해당할 만한 1부와 각론에 해당할 만한 2,3부다. 내가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1부다. 나는 세상을 이렇게 읽고 있는데 그 독해의 방법이 시일 따름이라는 저자의 입장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혼미한 세상에서 시를 통해 이야기하는 시인들을 통해 나는 세상을 이렇게 본다는 걸 설명하는 주체가 바로 여기서 드러나는 평론가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 모습은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인 것이다.

 

1987년이 지나면서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문학은 대의와 정의에서 소비와 주체로 주제를 바꿨다. 문학의 주제가 ‘나’와 ‘몸’으로 바뀐 것은 어줍잖게 소설을 읽던 내가 보기에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던 변화였다. 이 비평가는 이 시기의 중요한 시인들이 변해나간 방법을 통해 그 변화의 모습을 참으로 우아하고도 진지하게 설명해나간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 시인들이 서러움이 아닌 우울함을 노래하하기 시작했다는 관찰은 감탄스럽다.

 

2,3부는 시와 시인들의 각론이어서 건축쟁이의 입장에서는 훨씬 덜 와닿는 내용들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제 암구호처럼 변해버린 저 시들을 도대체 어떻게 독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효율적인 답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저 미묘하게 배치된 단어와 문장들을 어떻게 음미할 것인지를 설명하는 답.

 

저자가 활자로 나온 최종결과물을 모조리 책임질 수 있는 시에 비해 건축주, 시공업자, 공무원등의 간섭으로 훨신 더 큰 왜곡을 거치는 건축은 이런 비평의 방식이 적당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안드로메다에서 들여온듯한 문장으로 이어지는 건축비평을 접하던 터에 이런 미문의 비평집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비평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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