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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년이라는 표지의 연대가 이 책을 집어들게했다. 건축에서 대단히 중요한 해이기 때문이다. 짧게는 1919년 바우하우스가 설립되기 전까지, 길게는1968년 프랑스의 에꼴드보자르의 건축과가 해산하기 전까지 오백 년의 시간 동안 서양건축 가치관의 핵심이 되던 책이 발견된 해였기 때문이다. 그 책의 이름이 바로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십서>였다. 

 

책의 날개에 쓰인 해설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바로 이 책은 <건축십서>를 발견한 브라촐리니의 책 발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이 서술하는 것은 건축에 영향을 미친 <건축십서>가 아니고 세계의 가치관을 통채로 바꾼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관한 것이다. <건축십서>와 비슷한 기원전 1세기에 저술된어 그간 잠자고 있다가 바로 이 포조라촐리지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책이다. 저자는 루크레티우스.

 

교황의 비서였던 브라촐리니는 1417년 성 갈렌 수도원에서 먼저 건축책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해 겨울, 남부독일의 수도원에서 이 책의 주인공인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발견한다. 책의 서술은 내 기대와 달리 발견과정의 다큐멘터리는 아니고 브라촐리니의 생애와 이 책의 가치에 촛점을 맞춘다. 관능적이고 현세의 쾌락을 찬미하는 이 장편 라틴어시집은 내세를 위해 현세에서 자학을 강요하던 중세의 가치관으로 참으로 위험한 발견이었다.

 

결국 이 책의 주제는 책이다. 어떻게 물체로서의 책이 오늘의 모습을 갖추고 기어이 세상을 바꾸었는지를 설명하는 책은 적지 않으나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설명들을 제공한다. 게다가 우리가 흔히 접하기는 어려운 중세의 가치관이 어떻게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되었는지의 사상적 변천은 흥미진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서 별 볼 일 없어보이는 내용을 이처럼 방대한 내용으로 천연덕스럽께 문장으로 풀어나가는 저자의 입담이 감탄스럽다.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영예가 허투루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중세의 사물들을 지칭하는 단어들로 가득했을 법한 원문을 이렇게 유연하게 옮긴 번역자의 역량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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