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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천문학과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학문이 지질학이다. 직관적으로 도저히 파악되지 않는 단위의 숫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차이라면 천문학은 공간을 그런 숫자로 계량하고 지질학을 시간을 또 그런 숫자로 계량한다는 점 정도겠다.

 

평생 지질학을 연구하고 학교에서 정년퇴임한 학자의 책인데 갈래를 잡기는 좀 애매하다. 자신의 자서전으로 시작하였는데 한반도의 지질학적 흔적탐험으로 마무리가 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정년퇴임 학자가 자신의 과거와 거기서 퇴적된 학문적 결과를 대중적 기록으로 남긴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주변에 지질학을 공부한 사람이 없어서 한국의 지질학이 어디에 와 있는가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 궁금증은 미국 네바다를 종단하며 생겼던 것이다. 식물의 도포가 없이 맨 흙과 암석이 노출된 모습은 물리적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원인과 결과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만 들춰도 그 배경에 깔린 수억년의 시간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서적을 만날 수 있었고. 그리고 그 하일라이트는 그랜드캐년이었고.

 

이 책에서는 영월, 태백이 가장 중요한 탐구의 지역이다. 나도 이 지역의 국도변 절개지에서 황당하게 휘어올라간 습곡단층에 깜짝깜짝 놀라고는 했다. 저게 도대체 무슨 힘과 얼마나 되는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저자는 그 단층에 말로만 듣던 삼엽충이 가득하다고 귀끰한다. 그냥 치나칠 일이 아니고 샅샅이 뒤져보라는 권유일 것이다.

 

학자의 자서전이다보니 읽으면서 공부가 과연 무엇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선캄브리아기에 형성된 퇴적층의 존재를 파악하는 것이 졸업생 취업률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소리가 주변에서 많이 들린다. 세상에는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쓸데 없는 일을 하는 학자는 꼭 필요해서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쓸데 없는 게 궁금한 독자들도 밥먹고 나서 그 궁금증을 풀어낼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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