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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T PROJECTS

효형출판사옥

아이디어

 

출판사를 짓는 것이다 보니 당연히 아이디어는 책 주위를 맴돌았다. 책에 관한 책, 헨리 페트로스키의 <서가에 꽂힌 책>이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단서를 마련해 주었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에서 잘 드러나듯 필경사가 책을 베껴쓰던 시대에 책은 꽂아놓는 것이 아니었다. 책은 책의 표지가 보이게 서가에 그냥 올려놓는 것이 책을 보관하는 방식이었다.

인쇄술의 발달에 의해 책이 대량생산되면서 서가에 책을 보관하는 방식은 첩첩이 종이를 쌓은 책의 앞마구리가 보이게 꽂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금처럼 책의 제목이 인쇄된 책등이 밖으로 보이게 서가에 꽂는 것은 서적의 대량인쇄가 가능해진 뒤의 일이었다.

책은 수많은 글자가 쓰인 종이를 다시 수 백 장 씩 포개서 만들어 낸 것이다. 책의 얼굴은 책의 앞마구리에 있다. 소장자가 책을 사서 그냥 서가에 꽂아두기만 했는지, 실제로 꼼꼼히 다 읽은 후 꽂아 두었는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바로 앞마구리의 형상이다. 따라서 책의 의미, 책의 정신은 책의 등이 아니고 앞마구리에서 보이는 것이다.

책을 건물 크기로 확대하면 종이 한 장은 커다란 나무판 한 장의 크기로 확대될 것이다. 바로 이 나무판을 책의 종이 쌓듯 쌓도록 하는 방식으로 건물의 외벽은 구성되었다. 책의 앞마구리를 나무판의 중첩을 통해 건물 크기로 확대해내고 이들을 슬래브에 올려놓은 모습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건물은 이루어졌다. 그래서 이 건물의 아이디어는 건물로 구현된 <서가에 꽂힌 책>이다.

 

디자인

 

구조는 기둥과 슬래브로 이루어졌다. 슬래브는 서가가 그렇듯이 플랫슬래브로 결정되었다. 기둥이 있는 부분은 외벽을 파내서 구조형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날이 맑으면 여기 그림자가 깊이 떨어지게 된다. 건물의 명쾌함을 훼손한다는 우려에 의해 이 부분에는 난간이 없다. 당연히 이곳은 사람이 나올 수는 없는 곳이다. 환기문은 바로 이 부분의 안쪽에 설치되어 있다. 이 환기문이 열리면 회색 건물 내부의 색채가 얼핏 보인다.

플랫슬래브의 명쾌함을 외부로 강조하기 위해 창은 슬래브 하단에 바로 붙여 설치하였고 외부 조망이 필요한 곳에 수직 창이 덧붙여졌다. 이들의 조합에 의해 창은 글자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ㄱ, ㄴ, ㅡ, ㅣ 로 이루어진 야경을 외부에 보여주게 된다.

대지의 동쪽에 보이는 심학산이 없었으면 파주출판단지로 이주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건축주의 애착에 의해 4층의 직원숙소는 심학산이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무심하게 보이는 심학산을 꽁꽁 숨겨두었다가 숙소의 거실에 앉는 순간 한번에 심학산의 모습을 펼쳐보이게 하는 구도가 숙소의 평면을 결정하는 일관된 기준이었다.


project team

SALT : 김호중, 정지영, 김성모
시몽건축 : 차홍철, 함재희

location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completion

2004

construction

오구종합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