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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에 관한 책이 가끔 등장한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서울성곽으로 불리던 그 구조물이 있는지도 모르던 사람들의 도시가 그 구조물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는 도시로 바뀐 것이니. 이 책은 그 한양도성에 관한 책 중에서도 좀 특별하다. 저자가 발굴고고학자이면서 관련 공무원을 역임했으니 그냥 관찰자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책에는 물리적 구조물 외에 관련된 기록자료 증빙이 충실히 들어있다.

 

이야기는 도성을 한 바퀴 도는 발걸음을 따른다. 가장 북쪽의 북악산에서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도성을 돌면서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선형의 구조물이니 이 방식은 가장 합리적인 전개일 것이다. 그 길이도 만만치 않으므로 일관된 기승전결은 기대할 것이 없고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때 맞춰 꺼내면 되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여전히 부족한 기록자료들이다. 책에는 도성을 목격한 다양한 문헌들이 인용되지만 이 긴 구조물의 육백년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성곽임에도 한 번도 방어기지로 작동한 적이 없는 만큼 기록으로 남길만한 대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첵을 읽으면서 저자와 동의하는 부분은 우리 시대가 지닌 문화적 야만성이다. 역사적 야만성이라고 해도 될 것이고. 발굴된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다버린 공사의 현장이 책 여기저기서 설명된다. 그중 하일라이트는 청계천에 복원된 오간수문일 것이다. 한양도성이 세계문화유산의 등재 첫 고비도 넘지 못한 것은 그런 야만성이 축적된 결과일 것이다. 그 결과를 유네스코에서 내린 판단은 이 한양도성이 문화유산이 되기에 특별하지(outstanding) 않다는 것이겠고.

 

오랜 역사를 지닌 거대구조물을 완벽하게 고증해서 서술하기는 참으로 어렵겠다. 이 책에서도 확인이 더 필요한 설명들이 종종 들어있다. 서술의 여기저기서 길을 잃었다가 다시 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양도성을 한 바퀴라도 돌아보려면 가장 먼저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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