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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문제에 별 관심, 혹은 취향이 없는 내가 읽은 음식관련 책이다. 내가 그간 읽은 음식책은 음식의 문화사, 혹은 과학이라는 관점에서 본 요리 정도로 구분될 것이다. 그런 갈래에 포함되지 않는 이 요리책을 집은 이유는 저자의 약력 때문이다. 건축학사와 건축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의 건축회사에서 일했다는 경력. 그래서 책 날개의 저자는 음식평론가, 번역가, 건축칼럼니스트다. 건축 배경의 저자는 어떤 방식으로 이 요리라는 주제에 접근하고 글을 썼을까.

 

제목대로 다루는 대상은 한식이다. 책은 맛과 조리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그 맛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짠맛, 단맛, 신맛, 쓴맛 그리고 최근에 등극하였다는 감칠맛이다. 이 맛을 내는 가장 가까운 재료들을 설명한 저자는 곧 한식에 등장하는 이 맛들을 뜯어보기 시작한다. 좀더 현실감있게 이야기한다면 난타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후반부는 한식의 밥상에 올라가는 음식들에 대한 각개격파가 되겠다. 저자에 의하면 밥, 김치, 국물, 볶음, 직화구이, 회, 전 등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는 게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범벅하고 다 집어넣고 끓이는 것이 바로 그 모습들인데 이를 ‘손맛’, ‘건강식’ 등과 같은 단어들이 화려하게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입장은 다양하다. 닭도리탕이 일본말인 것 같다고 해서 등장한 것이 닭볶음탕인데 거기서 닭은 전혀 볶지 않는다는 것. 말하자면 떡볶이도 전혀 볶는 과정이 없고. 군만두는 구워나오지 않고 튀겨나온다는 것도 있고. 저자는 잊지 않고 가사노동의 성차별, 공간전개형 상차림의 반사회적 행태 등을 잊지 않고 짚어낸다. 나는 여기 모두 동의할 수 있었다. 티비 프로그램인 한국인의 밥상에서 도대체 저런 것이 왜 고향의 맛이고 건강식으로 포장되어야 하는지 궁금했으므로.

 

선입견일 수 있겠으나 저자의 글은 참으로 ‘건축적’이다. 다섯 가지 기본 맛과 다섯 가지 감각을 늘어놓고 이을 조합하기를 권하는 것은 도면보는 방식을 자꾸 생각나게 한다. 저자는 평양냉면이 재료값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세평을 일축한다.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인간의 노력과 노동을 들여다보라는 것. 건축가들이 항상 해오던 바로 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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