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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생 저자의 신간. 이 연배의 외국인 저자가 오래 전에 쓴 책이 이제야 번역되어 나오는 것은 적지않은 일인데, 이건 그가 직접 쓴 신간이다. 한국의 현대도시와 행정의 변화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한 저자의 글이니 어떤 내용도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바로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이 아직까지 나 이외의 누구도 다루지 않은 최초의 것들”이라고.

 

내용으로만 보면 일목요연한 체계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일제 강점기 저자가 겪은 징병제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다방의 성쇠, 자유부인, 통금, 가족계획 등의 이야기가 두서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가 남겨놓으려고 하는 것이 체계적인 분석이 아니고 자신의 목격담이니 그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도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3부인 정치의 작동이라는 꼭지다. 거기에는 315부정 선거에서 미군정기의 이야기가 현장의 목소리로 들어있다. 현대사에서 미군정기는 사실 그 중요도에 불구하고 별로 충분한 사료를 갖추지 못한 기간으로 자꾸 느껴지곤 하는데, 이 책은 바로 그 시기에 등장한 인물들을 죄 소환시킨다. 여전히 이 연배에 이런 정도의 집중력으로 당시 사료를 조사한 저력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저자는 315부정선거에서의 고백서를 내놓는다. 그 부정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서 벌어졌으며 자신은 어떤 방식으로 거기 함몰되었는지 하는 이야기. 아마도 저자는 바로 이 꼭지를 남기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 꼭지를 그는 이렇게 맺는다. “이제 훌훌 털고 저세상으로 갈 수 있겠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의 출간 기념으로 저자 좌담회를 열었다. 다시 올 수 없는 순간이어서 파주까지 찾아가 만난 저자는 나이를 부인하기 어려운 쇠약한 체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놀라운 집중력과 이해력으로 청중의 질문은 받아넘기는 모습은 과연 인상적이었다. 가장 궁금했던 이야기, 누가 강남의 도시계획에서 선을 그었느냐는 내 질문에 그는 답했다. “그건 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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