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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만으로도 판매부수가 보장되는 소설이다. 제목과 표지가 모두 음산하다.궁금하였던 점은 이 박람강기의 저자가 또 무슨 식으로 역사에 개입하였을까 하는 것이었다. <장미의 이름>에서 보여주었던 바, 아리스토델레스의 <희극(Comedy)>의 분실에 관한 능청스런 개입이 이번 소설에도 재연될까 하는 궁금증.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명불허전이더라는 것.

 

내용은 좀 정신이 없다. 우선 우리가 썩 익숙하지 않은 유럽의 대소사가 프리메이슨, 예수회, 유대인들을 축으로 종횡무진 엮여 등장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인공이라고 할 시모네 시모니니를 제외하면 모두 역사적 실존인물들이라니 이들을 두루 엮어내는 저자의 능청스러움이 감탄스럽다.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드레퓌스 사건 정도가 될 것이다. 저자는 유럽사에 등장하는 미심쩍은 사건들의 배경에 이 시모니니라는 위조 전문가를 깔아 이들을 모두 일관된 서술로 꿰넣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책에는 참으로 다양한 요리들이 양념처럼 등장한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인 시모니니가 미식가겠지만 현실에서는 소설가가 바로 그 미식가가 아니겠느냐고 쉬 짐작을 할 수 있다. 감탄스러운 것은 이들을 모조리 소화해낸 번역이다. 방대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서술을 시시콜콜하게 역주로 설명해주는 번역자의 내공 역시 감탄스러운 수준이다. 번역이 그냥 문장의 번역이 아니라는 것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알려진 내공의 저자답게 소설의 곳곳에는 저자의 목소리가 묻어있다. 인상적인 문장은 이런 것이다. “자기가 가난하고 불행한 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 어딘가 다른 데에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느끼려면 언제나 증오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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