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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분량이 5,600쪽에 이른다. 종이도 얇은 소프트커버 책이어서 무심히 집어들면 수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아주 매력적인 책이라는 것이다. 각 책의 제목은 각각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 <파리는 언제나 축제>다. 공간적 배경은 파리, 시간적 배경은 1871년부터 1929년까지.

 

유럽 전체에서 1871년이 중요한 것은 유럽의 지형이 획기적으로 바뀐 해여서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보불전쟁이라고 배우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마무리된 해여서다. 독일은 이제 통일된 제국을 선포했고 그래서 파리에서는 파라코뮨이 도시를 뒤집은 해였다. 책은 그 패전의 음습함이 덮인 파리에서 설명을 시작한다. 책이 1929년에서 마무리되는 것은 공황히 시작하기 때문이다. 파티가 끝난 것이다.

 

주인공들은 우리가 예술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첫 등장인물은 빅토르 위고다. 그리고 에졸라, 마네, 모네, 로뎅, 드비시가 연이어 등장한다. 물론 저자는 인물별 연대기를 기록하는 건 아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인물들의 부침을 서술해나간다. 이어 등장하는 건 피카소, 이사도라, 스트라빈스키, 샤갈 등. 그리고 마지막 권에서 건축에서 익숙한 인물이 드디어 등장한다. 르코르비제.

 

등장인물들과 함께 중요한 것은 이들이 들락거리든 카페, 바, 레스토랑들이다. 처음에는 몽마르트 주변이었으나 점점 무게중심은 몽파르나스로 이전해 나간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들의 관계망인데 저자는 어디서 이런 것들을 찾아냈는지 참으로 시시콜콜하게 그 관계들은 짜맞춰 놓았다. 특히 자유분망한 남녀관계들을 따라가다보면 일부일처제를 지상명제로 살고 있는 사회 밖의 세상을 새삼스레 만나게된다.

 

저자의 낙관적인 글쓰기가 우선 압권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게 번역서인걸 전혀 알 길이 없게 만들어주는 놀라운 번역이다. 그래서 책이 지닌 단점이라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것 정도겠고. 에릭 홉스봄의 <…의 시대> 시리즈와 도널드 서순의 <유럽문화사>가 남겨 놓은 동시대 일상의 조명이 이 책으로 기어이 촘촘해지는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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