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은퇴. 이 단어의 의미가 무겁다. 20대의 운동선수가 은퇴한다고 했을 때 그의 앞에는 새로 가야할 길과 방향이 숱하겠다. 그러나 정년으로 인한 은퇴라면 갈 길과 방향이 별로 보이지 않겠다. 그래서 적지 않은 은퇴자들이 비슷한 사회적 위치의 인물들과 약속되지 않은 미래를 갖고 모여드는 공간, 그곳이 서울에서는 종묘공원이겠다. 아직 은퇴자가 아닌 이의 눈으로 보면 초현실적인 공간.

 

대학의 학장과 학회의 회장을 지닌 저자가 평범한 은퇴자일 것으로 짐작하기는 어렵겠다. 그러나 그는 은퇴자가 되었고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가 닥친 은퇴에 질문을 품기 시작한다. 노인, 늙음과 같은 단어로 엮이는 질문들이다. 미술대학의 교수였던 저자답게 그림과 문학작품 속에 들어있는 나이듬의 의미를 천착한다. 그리고 바로 그 공간, 종묘공원으로 나선다.

 

종묘공원이라는 공간의 관찰일기일 것이라는 짐작에 집어든 책이기는 하다. 그러나 종묘공원에 대한 관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거기 모여든 많은 이들과 비슷한 연령대라는 점에 의해 비교적 쉽게 대상을 관찰하기는 했을 것이고 그 사회적 메커니즘에 대한 내용이 살짝 비치기는 한다. 말하자면 그 유명한 바카스 아줌마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거기서 생존하느냐는 문제.

 

이 사회의 보장제도는 가정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저자는 노인이 요양원으로 들어서야 사회보장제도가 존재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맹점을 지적한다. 타자의 시선으로 도입한 제도에 대한 체험자의 항변이기고 하겠다. 결국 사회는 노인들을 가두려고 한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왜 노인들은 그곳에 갇혔는가’다. 어버이연합의 황당한 집회로 내게 기억되는 공간이 다시 궁금해지게 만든 책이다.


REVIEWS

REVIEWS

REVIEWS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