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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Typography)는 칼리그래피(Calligraphy)를 밀치고 들어온 작업의 이름이다.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 이후 서도, 서법, 서예는 별 의미가 없어지고 글꼴이 남게 되었다. 이 책은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알파벳을 갈고 다듬어온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참으로 지난한 작업과 과정이었다.

 

글꼴이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그 순간 디자이너로서의 자격은 전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글꼴이 문제가 되지 않는 디자이너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건축가들도 판넬을 만들면서 글꼴을 선택해야 한다. 가장 적당해보이는 그 글꼴. 이 책에는 그 글꼴을 만들기 위해서 1%의 변화에도 치열하게 승부수를 던져온 사람들과 그 노력의 결과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보이는 비슷비슷한 글꼴들은 막상 대놓고 비교해보면 천양지차의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은 쉽지 않다. 네빌 브로디와 같은 전설적인 인물들 말고는 보도 듣도 못한 사람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름대로의 전문용어들이 계속 나오는 바람에 엉뚱하게도 책 뒷날개에 붙은 ‘활자의 구조와 명칭’을 읽기 전에는 무슨 소리인지를 모르는채 한참 책의 앞뒤를 오가야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책을 읽으면서 내용과 함께 그 우아한 글꼴을 새삼스럽게 들여다보게 한다. 항상 쉽게 선택하는 Times New Roman체가 어디서 나온 것이지를 알게 하는 것과 같은 소소한 즐거움도 곳곳에 묻어있다.

 

지금은 타호마를 많이 쓰지만 학부시절부터 나는 옵티마의 절대팬이었다. 판박이를 문질러 글씨를 써야 하던 시절 오직 대문자로만 있었던 그 서체의 발명자를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으니 발명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글꼴 선택의 첫번째 강령은 마구 섞어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글꼴에서도 비빔밥 문화를 자랑한다. 무수히 지나가는 택시들 부터 글꼴 선택의 기본이 되어 있지 못한 잉여가 갖는 폐해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학생들이 작품집 심사에서도 내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글꼴이다. 글꼴 선택의 중요성을 모른다면 그 다음은 굳이 보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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