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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내용으로도 책을 내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미시문화사라지만 출퇴근 갖고도 책을 내다니. 그런데 막상 내용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출퇴근이 세상을 바꾸었다. 적어도 도시구조를 바꾸었다. 원제인 <Rush Hour>보다는 번역제목이 내용에 좀더 가깝다는 생각이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출퇴근, 즉 통근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쾌적한 주거와 만족스런 직장의 교집합이 통근이라는 것이 저자의 간단한 진단이다. 초기에는 통근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고소득층이나 부담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영국에 살고 있는 저자는 당연히 영국의 과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매일 기차비를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계층은 드물었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중산층, 저소득층으로 통근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통근이 만들어 낸 새로운 세상이다. 기차가 사회의 정시성을 요구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나 통근이 그 정시성을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강요했다는 것은 새삼스럽다. 통근의 무료함이 독서를 권장하고 결국 문맹률도 낮아졌으며 통근으로 교외가 형성되면서 대중적인 여가활용법은 놀이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관람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각 정원은 주택과 주택을 떼어놓는 유효한 도구로 바뀌었다고 한다.

 

현재의 통근에서 가장 중요한 매체는 자동차다. 그 자동차통근자들이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대중교통 이용승객보다 훨씬 큰데 이건 노상분노(road rage)라는 현상이다. 한국의 뉴스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사건이다. 우리가 보복운전이라고 부르는 것. 저자는 그 현상의 심리적 근거도 추적한다. 전 세계인에게 공히 나타나는 이 현상을 보여주는 않는 유일한 국가가 있으니 그건 일본이라는 것이 저자의 지적.

 

미래 통근의 모습은 우리가 표현하는 바, 재택근무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대안에 대해 비관적이다. 인간의 성실함과 양심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결국 함께 있어야 상상력도 촉발된다는 것. 그래서 관심은 그런 가상통근이 아니라 오히려 무인자동차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 뒤져보니 원본의 표지는 번역본보다 훨씬 더 진지하다. 경박하다고 해야 할 표지 이면에 담긴 우아한 번역 덕에 책 읽는 노정은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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