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문자나 이미지가 인쇄된 종이들을 제본한 물건. 이것이 내가 판단하는 책의 정체다. 이 책은 거기 인쇄된 문자나 이미지보다는 물건에 집중한다. 사고 팔아 이윤을 남겨야 하는 생산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 종이을 만들기 위한 제지업은 어찌 발달하고, 인쇄과정의 어려움은 어떤 것이며, 판형은 어찌 결정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매매되고 시장이 확장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책, 혹은 도서관에 관한 책은 참 많다. 최근에 더 많아졌다. 그러나 이렇게 화끈하게 산업의 대상으로서의 책을 설명한 책은 만난 기억이 없다. 원서는 1958년에 출간되었다니 우리에게 온 것이 많이 늦은 것이다. 아무리 시기가 늦었어도 책 내용으로 보면 기념비적 저작이라는 데는 여전히 동의하게 된다. 이 주제로 이처럼 방대한 내용을 정리한 책은 아마 전대미문이 아닐까 하기 때문이다.

 

활판인쇄라고 하면 우리는 구텐베르그라는 이름을 떠올리고 바로 현대의 우리가 읽는 책으로 건너뛰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복잡하게 세상이 바뀌었는지를 구구절절히 설명한다. 그 바뀐 세상에는 산업 뿐만 아니고 종교와 언어, 문화가 모두 포함된다. 위험한 사상을 실어나를 수도 있는 이 위험한 물건 때문에 생겼던 갈등과 봉합과정이 거기 개입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방대한 서술이다보니 우리가 접하기 어려운 책과 이름들이 무지하게 많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책 마무리에 마틴 루터가 현대 독일어 형성에 미친 영향에서는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루터는 이미 인쇄술의 파괴력을 충분히 인식하고 화끈히 이용했던 주인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정확한 독일어를 사용하기를 원했고 그에 힘입어 현대의 독일어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루터를 이야기를 읽으니 녹음기술의 가능성을 이미 간파했던 카라얀이 생각나기도 한다. 생산의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보다 유통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확인되고. 불손한 책을 금서로 낙인찍은 권력자들이 생산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이웃나라에서 흘러오는 유통에는 손을 댈 수 없었고 결국 세상은 바뀌었다는 이야기. 결국 언어가 표준화되었다는 것은 덤으로 얻은 문화. 


REVIEWS

REVIEWS

REVIEWS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