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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머리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이를 없애려면 연속극에서처럼 큰 충격을 받거나 뇌수술을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기억이 집단적일 경우 이 방식도 통하지않는다. 결국 이 책에서 지적한 집단기억의 파괴방식은 그 기억이 묻어있는 객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건물이다. 혹은 유사 구조물. 그 파괴는 집단기억만이 아니고 집단정체성을 포함한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는 참 많이도 부숴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참하게 많이도 부숴왔다. 생각해보면 화약을 사용하는 모든 전쟁이 건물의 파괴를 동반하게 되니 결국 전쟁만큼이나 그 파괴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 책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전면적인 파괴가 아니라 특정한 건물을 겨냥한 파괴다. 거기 새겨진 집단의 기억과 정체성을 의도적이고 집중적으로 파괴한 과거의 사례들.

 

집단기억의 파괴를 겨냥할 정도의 증오와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변수는 결국 인종과 종교로 수렴되는듯 하다. 최근의 것으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해진 것은 비행기를 통해 건물을 무너뜨린 9.11일 것이다. 이차대전, 보스니아내전등을 비롯하여 이 책에서 드러내는 단어들은 탈레반, 기독교, 이슬람, 나치, 시오니즘 등 다양하다. 결국 그 파괴의 배후에 있는 것은 특정한 종교나 인종 자체가 아니고 그것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증오심.

 

보스니아 내전의 한복판에 있던 도시 모스타르에 갔던 적이 있다. 건물벽면이 몽땅 총탄흔적인 건물들이 도시에 빼곡한 풍경은 그 증오를 고스란히 물질화시킨 지표였다. 그 건물들이 누군가가 평생 살던 공간이었기에 결국 공격당한 것은 벽돌쌓인 구조물이 아니라 거기 살던 사람들의 존재일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숭례문이 불탈 때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으니 결국 구조물은 단지 물리적 객체가 아니라 집단을 이어주는 구심점이라는 증거가 되겠다. 그런데 그걸 참 많이도 부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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