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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다.” 책의 뒷 표지에 쓰인 문장이다. 그 나라의 역사 전체를 알 수는 없겠지만 대표적인 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알 수는 있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지폐를 만드는 나라는 없을 테니. 그런데 이 책은 실제로 그 이해의 증명이다.

 

책에는 브룬디, 르완다도 등장한다. 익숙한 이름이되 기분이 편하지 않다. 학살이라는 단어가 묻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폐가 후투족, 투치족의 분열, 갈등, 학살의 역사를 이처럼 선명하게 읽어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물론 이 책의 저자라는 해설가가 필요하지만.

 

저자가 묶은 “공포스런 독재자의 광기” 꼭지에 역시 익숙한 세 나라가 등장한다. 북한, 이라크, 리비아. 이 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리비아다. 1980년대에 처음 지폐에 등장한 가다피는 일상복을 걸치고 소탈한 옆집 아저씨였다. 이런 그림이 지폐에 나와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2008년의 가다피는 안하무인의 독재자인 것이 지폐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놀라운 일이다.

 

국가의 자존심일 이 지폐 디자인에서 역시 실험적인 곳은 네덜란드다. 1966년 이후 개척한 지폐의 신세계는 네덜란드가 어떤 나라인지 확연하게 보여준다. 그 지면분할과 색채는 세종대왕이 버티고 있는 국가와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다는 증명일 듯하다. 지폐는 이런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주는 책의 사례는 페로제도다. 이게 국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자가 대만인이다. 지폐에 꽂혀서 세계를 죄 돌아다닌 ‘덕후’다. 심지어 북한에도 여러 루트로 다녀왔단다. 대만책이니 책은 당연히 한자로 쓰였을 것이다. 그런데 번역본의 우아한 문장은 이게 한자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만든다. 저자도 알았으면 감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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