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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기가 죽는다. 900페이지 남짓의 공간에 지식의 역사를 담아내겠다는 배포가 만만치가 않다. 물론 그렇다해도 지식의 지극히 부분적인 것들만 담길 것이기는 하다. 이런 책의 가치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인가, 혹은 맥락과 흐름을 드러내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서술은 당연히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한다. 중국이 잠시 거론되기는 하지만 주된 공간은 유럽이다. 전체 내용에서 가장 관심이 가고 잘 정리되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중세부분이었다. 르네상스의 사가들이 자신들과 고대 그리스를  직접 연결시키기 위해 묻어버린 이름, 암흑시대. 그러나 기독교라는 점에서 보면 5세기부터 천년 정도의 시간은 절대로 암흑기라고 볼 수 없다. 이 시기를 통해 어떻게 그리스도교와 사회, 지식이 연결되었는지는 명료하고도 부드럽게 해설되어 있다.

 

저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퀴즈쇼스캔들’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오명의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퀴즈쇼스캔들의 주인공이 되려면 기본 내공은 충분했을 것이다. 과연 책 뒤에는 아예 참고문헌도 없다. 이 방대한 내용을 자기화한 결과가 단호한 문장을 통해 증명이 되기도 한다.

 

책은 십 년 전에 <인류의 진보와 지식의 역사>라는 이름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적이 있었다. 두 권으로 나뉘어 그림까지 들어간 상태로 출간이 되었는데 별로 손이 가지 않는 편집이었다. 새로운 책은 훨씬 더 우아한 형식으로 편집이 되었다. 그림이 모두 빠졌는데도. 혹시하고 번역을 비교하니 이전의 번역도 나쁘다고 보기 어려우나 새 책의 번역은 훨씬 더 유연하게 글맛을 살리고 있다. 천연덕스런 번역이라고해야 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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