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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에 관해 우리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사안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전통공간에 대한 파괴다. 그때 등장하는 것이 풍수단맥설이고 이에 따른 민족전통의 말살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지점을 의아해한다. 그것들은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오히려 호출된 개념들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회학 전공 저자의 접근은 역사나 도시를 공부한 이들과 살짝 결이 다르다. 식민시대 경성은 특수한 도시일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식민지도시의 하나기도 하다는 이야기다. 경성이 갖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식민도시로서의 특징은 이중도시다. 이주한 지배자와 식민지 백성의 거주지가 이분화된다는 점이다. 경성은 여기서 하나도 다르지 않다.

 

다른 제국주의 식민도시들이 항해를 기점으로 하는 항만도시였다면 경성은 상당히 내륙도시라는 점에서 특수하다고 저자는 짚는다. 이런 공통점과 특수성을 날줄씨줄 엮어내는 저자가 보기에 조선총독부는 풍수단맥설과 같은 개념으로 일관되게 조선을 경영할만한 처지가 되지 못하는 존재였다.

 

저자는 총독부의 권력이 일관된 파괴의 원칙이나 전략에 따라 전개된 바가 없다고 짚는다. 오래된 도시의 공간적 관성과 저항은 그런 일관성을 유지하기에는 지나치게 강력하고 지속적이었다는 점. 근거 없이 비분강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넌지시 지적한다. 책에는 그 사례들이 조선총독부, 조선신궁, 용산병영 등의 배치 과정을 통해 충실하게 제시된다.

 

저자의 박사논문이 주축을 이뤄 완성되었다는 이 책은 나온지 십 년이 거의 되었다. 일제시대에 관한 연구의 층이 해가 다르게 두툼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전 시대의 비분강개비난형에서 훨씬 더 체계적이고 중립적인 연구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사례다. 쓸데없이 뜨거운 민족피해의식은 이제 접어두자는 이야기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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