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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번역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어떤 번역서보다 뛰어난 번역이기 때문이다. 2001년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는 저자는 까다로운 내용을 무사히 번역했다는 것을 넘어 이게 번역서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천연덕스런 글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번역을 위해 갖춰야 할 문장력, 어휘력을 생각하면 번역자의 내공이 놀랍기만 하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동물들이 서로 먹고 먹히지 않기 위해서 어떤 작전을 짜느냐는 것이다. 작전이라고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목숨이 걸린 일이다. 치열하고 정교하다는 이야기다. 그 치열함이 이르는 경지를 알고 나면 세상의 ‘미물’이라고 하는 단어가 얼마나 허투루 쓰이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게다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단어는 또 얼마나 허망한 것이고.

 

동물들이 구사하는 작전은 다양하다. 위장, 공생, 최면, 위협 등 인간들의 그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얗게 눈이 덮인 평원의 눈 속을 지나가는 밭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보이지 않는 백색평면 속의 먹이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허공의 관찰자가 있으니 그는 가면올빼미다. 그의 무기는 눈이 아니고 귀. 솔개는 산불이 났을 때 불붙은 가지를 들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들어서 도망가는 동물들을 잡아챈단다. 물총고기는 태어난 후 몇 해에 걸쳐 입으로 물총쏘는 훈련을 한 후 물 밖의 귀뚜라미를 격추해 잡아 먹는단다.

 

책에는 이렇게 혀를 내두르는 내용들이 혀를 내두르는 번역 속에 빼곡하다. 그러면 원문은 어떤 글일까가 궁금해서 보니 영어가 아닌 독일어서적. 번역자가 ‘지능적이고 매혹적인 동물들의 생존게임’이라고 옮긴 원제 ‘Im Fadenkreuz des Schützenfischs. Die raffiniertesten Morde im’을 어줍잖은 건축쟁이가 옮긴다고 하면 어찌될까. 정교하게 짜인 동물들의 생사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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