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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공간적 범위가 중요하다. 해안도시 거제인 것인데 거기 조선소가 모여있기 때문이다. 현대, 대우,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조선소들이다. 그 조선소가 모여 거제라는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거제에서는 회사의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

 

원래 이런 책은 지루해야 정상이다. 부제로 쓰인 <산업도시 거제, 빛과 그림자>에서 예측되는 것이 바로 그런 지루함이다. 그런데 허를 찌르고 이 책은 무지하게 흥미진진하다. 일단 첫 문장부터 범상치 않다. “조선소의 아침은 언제나 국민체조와 함께 시작된다.”

 

이런 흥미는 단연코 저자의 힘이다. 이 조선소의 직원으로 현장근무를 했던 저자가 체험, 목격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 날개에 담긴 저자소개처럼 ‘문과출신’이라는 것이 만만치 않은 구술력의 힘을 증명하는 듯하다. 그래서 조선산업의 어두운 미래를 이야기하는 대목까지 다 흥미롭게 읽힌다.

 

저자는 조선소의 변화 분기점을 해양플랜트의 수주로 짚는다. 그 전에 그냥 배만 만들면 되던 조선소가 수주 노선을 바꿔 시추선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 공통점은 바다에 떠 있다는 것. 그러나 그간 비어있어야 하는 물건과 속을 채워야 하는 물건은 그 공통점을 훨씬 넘은 문제를 조선소에 안겨왔다고 한다. 그 과정과 미래가 현장의 목소리로 책에 녹아있다.

 

결국 조선소의 슬픔은 거기서도 등장하는 계급 구분이라는 것이 저자의 증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의 구분이 바로 그런 것이다. 업무의 외주화는 결국 위험의 외주화에 이르게 되고 공기를 맞추지 못해 선택하는 돌관공사의 위험은 모두 가장 아래 있는 약자의 몫이라는 이야기. 제목에 쓰인 ‘중공업 가족’의 테두리가 빛과 그림자를 구분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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