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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잡는 순간 깜짝 놀랐다. 책 표지에 종이결을 따른 코팅을 해서 책을 집는 순간 낡은 책장들의 질감이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아마존에서 찾아본 무심한 원본 표지에 비하면 훨씬 감각적인 책의 탄생이다. 한글제목은 <책의 역사>지만 원문제목이 좀더 내용에 충실하다. <On Paper>라고 되어 있으니 ‘종이에 관하여’ 정도가 더 적당하겠다. 일전에 읽은 <종이가 만든 길>에 가까운 책이겠다.

 

종이에 관한 것을 모두 모아놓은 책이니 역사가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종이에 인생을 건 사람들의 모습이다.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일본의 종이장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에게 종이는 그냥 종이라고 표현되는 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 그리고 그 종이는 위에 뭔가를 끼적이는 대상을 넘어 입체적인 모습을 변화한다. 그것이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오리가미.

종이가 주위에 널리 쓰인다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서술을 읽다가 깜짝 놀라는 순간이 있었다. 종이가 없었으면 베토벤도 없었으리라는 것이었다. 책에는 베토벤이 햄머클라비어 소나타를 작곡할 때 쓴 초고스케치 한 장이 사진으로 등장한다. 종이가 없었다면 그렇게 쓰고 지우고 첨삭하는 작곡은 불가능했으리라는 이야기를 접하니 갑자기 종이가 일상의 소비재가 아닌 문화유산으로 다가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북도, 에디슨의 스케치북도 모두 종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

 

종이는 담배를 마는 데 쓰이기도 하고 총알을 감싸는 데 쓰이기도 했다. 미국이 대통령 투표에서 민심을 담은 투표용지에 탈이 나서 수상쩍게 부시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이야기, 세계무역센터가 붕괴했을 때 희생자가 남긴 급박한 메모가 지금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의 이야기 등은 과연 종이가 역사의 한 주체인 건 틀림없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렇다면 종이책의 미래는 뭘까라는 것이 책의 맨 뒤 이야기.

 

감탄스러운 건 이 저자다. 무려 천 페이지가 넘는 벽돌책, <젠틀매드니스>의 저자. 그 책도 종이책에 미친 사람들의 열전이니 이 책도 일관성이 있는 주제인 건 틀림없기는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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