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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일 걸로 짐작을 했는데 기행서였다. 물론 주제는 종이다. 과거에 종이가 전파된 길을 따른 앞 부분과 지금 종이를 만드는 곳, 종이를 소비하는 곳을 따른 뒷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네시아, 캐나다, 브라질, 스웨덴 등을 두루 다녔으니 이 종이라는 재료가 어떤 것인지를 새삼 이해하게 해준다. 이 주제 하나로 이처럼 세상 곳곳을 찾아다닌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종이라는 단어와 함께 머리 속에 들어오는 단어는 활자다. 종이로 만든 물건으로 책이 제일 앞에 연상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의 채륜 이전에도 종이는 있었다는데 동의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찌 되었건 종이는 중국에서 발명되었고 그 전파의 과정에 그 익숙한 이름, 실크로드가 등장한다. 저 유명한 타클라마칸 사막을 우회하는 길 모두에 종이는 그 흔적을 남겨놓고 있고 그것이 발견되어 오늘에 이른 과정은 탐욕과 협잡의 인간사 그대로다. 

 

지금 종이가 어디에 사용되고 있느냐는 질문의 답에도 책은 등장한다. 그러나 사용량으로 보면 휴지와 포장지가 그 비율을 높여가는 모양이다. 책을 안 본다는 개탄은 높아가나 안 닦고 안 판다는 한숨소리는 들리지 않으니 이해가 갈 만한 내용이다. 문제는 그 종이를 나무로 만들어야 하고 이를 얻기 위해 벌채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조림한 나무를 벌목하는 것이 아니고 원시림을 벌목하여 펄프로 내다 파는 회사들의 작업 현장의 목격담을 들려준다. 번역 문장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비열한 지옥의 묵시록을 연상시킨다.

 

우리가 환경에 대한 죄의식이 없이 종이책을 읽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재활용이겠다. 아날로그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인 책이 디지털 시대에 무조건 향수의 대상이 어렵겠다는 것도 이 책에 드러나 있다. 저자는 본인이 전자책 사업을 시작했다가 쫄딱 망한 주인공이기도 하단다. 중요한 것은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세상에 쓸 데 없는 쓰레기를 덜 남기면서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겠다. 전자책을 주문하면 온갖 잉크가 도배된 화끈한 포장상자가 함께 오는 것도 문제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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