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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세상이 시끄럽다. 좌편향된 가치관으로 자학적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쳤으므로 자랑스런 역사를 단일화해서 가르쳐야겠다는 이야기란다. 우리의 근대사가 자랑스러운지 비탄스러운지는 객관적인 평가를 좀 들어야 할 것인데, 이 책이 거기 꼭 적당해보인다. 1894년에 서울을 방문한 오스트리아인이 꼼꼼하게 남긴 기록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저자는 어이없다는 입장을 감추지 않는다. 그가 이전에 방문했던 시암, 즉 지금의 태국이나 캄보디아에서도 목격하지 못했던 풍경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무 한 그루도 없이 무덤같은 초가집만 가득한 도시 풍경이었다. 그리고 담배를 물고 도대체 어떤 생산적인 활동도 하지 않는 남자들과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여자들이 그 미로같은 골목에서 발견되었다.

 

이 목격자는 과연 이 모습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를 애써 들춰낸다. 그는 이것이 무능한 정부와 흡혈귀같은 관료들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도대체 어떤 잣대로도 근대적인 문물과 담을 쌓고 있는 이 사회와 도시 풍경을 달리는 해석할 길이 없었던 모양이다.

 

동학농민전쟁과 갑오경장이 일어났던 해다. 저자는 한 여름이라는 짧은 체류 시간에 비하면 참으로 놀라울 정도의 통계데이터를 책 뒤애 늘어놓는다. 당시 서울에 머물던 선교사로부터 얻는 정보라고 한다. 그런 데이터 덕분에 이 책의 목격담이 이야기하는 백성들이 가슴 아프고 집권자들이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그에게 조선의 국왕은 누구보다 중국의 황제에게 충실한 봉신이었던 것이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다. “동아시아 열강들 사이의 경쟁심이 이 아름답고 부유한 나라가 앞으로 발전해나가는 데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로부터 백 년이 조금 지난 지금 그 방해는 실제로 이루어져서 나라는 둘로 쪼개졌고 정부는 여전히 무능한 모습을 하루가 다르게 보여주고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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