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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조의 27명 임금 중 장자는 일곱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복잡한 배경을 갖고 왕위에 오른 이들이라는 이야기. 이 복잡한 배경은 모두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살던 곳이 궁이다. 임금님과 그 가족이 살던 곳이 궁궐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살던 곳이 궁가라는 것. 쉽게 예를 들면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살던 운현궁이 바로 쉽게 머리 속에 떠오르는 궁가.

 

왕위계승자가 아니었는데 졸지에 왕위에 오른 사람이 살던 사저가 잠저, 이런 사람의 부모 신주를 모시던 곳이 사당으로서의 궁, 그리고 혼기가 차서 출가한 왕실 가족이 궁궐에서 나가 살던 궁들을 모두 집합적으로 궁가라고 한다. 이들의 묘소는 한양에서 멀리 산포할 수 밖에 없어도 생활공간으로서의 집은 도성 안에 자리 잡을 수 밖에 없다. 사당으로서의 궁가는 조금 더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 수준.

 

주목해야 할 것은 저자다. 사대문안에서 초중고를 나왔다는 것 말고는 크게 내세우지 않는 현직 서울시문화관광해설사의 이 거대한 업적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집을 해설하기 위해 당연히 뒤져야 하는 것은 가족사다. 이 저자는 복잡하기가 난마와 같은 조선시대의 왕실 가족사를 종횡무진 엮어내며 그 배경공간으로서의 각 궁가를 해설한다. 나는 이렇게 충실한 조선왕조 관련 서적을 별로 읽어본 기억이 없다. 저자의 발품과 노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양의 궁가는 왕실의 부침과 함께 서울에서 점유하는 모습을 달리해왔다. 저자는 왕실 가족사를 해설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공간이 어떤 노정을 거쳐 바로 오늘에 이르렀는지도 해설한다. 소유권 이전 사항을 모조리 챙겨주는 것이다. 본문의 맨 마지막 페이지 서술은 이렇다. “현재 하늘을 찌르는 건물의 1층에는 처녀귀신과 총각귀신들이 모여 있던 수진궁의 암울함을 떨쳐버리듯 젊은 남녀들이 드나드는 커피점이 자리잡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들어가 있는 사진들이 이 책이 결코 쉽게 쓰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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