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제목에 쓰인 정치질서( Political Order)로서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것은 국가(State)다. 투표를 하여 대표자를 뽑아 민의를 대변하는 장치인 듯하나 매해 소득세 신고를 요구하여 ‘약탈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며 이런 요구에 불응하면 ‘폭력적’ 방법으로 개인을 응징하는 질서다. 한국은 여기에 거의 모든 남자들에게 병역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질서을 강제하는 계층은 공무원이라고 하면 되겠다.

 

인간은 다른 인간과 협력하고 경쟁할 필요성을 모두 느끼고 있는 존재다. 그것이 진화생물학자들의 설명이고 이 책은 우리가 정치적 질서를 필요로 하는 근거의 서술을 생물학에서 시작한다.  그런 요구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인간의 집단은 서로 다른 방식의 정치질서를 구현해왔는데 그 질서는 정당성에 바탕을 둘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정당성있는 지배로부터 권위가 나오고 집단의 질서가 유지된다는 것. 그러나 역사는 단일한 궤적을 그리며 오늘까지 이어오지는 않았다.

 

책은 방대하다.  주석을 포함하여 600페이지에 이르는 대장정은 이 저자가 왜 그런 지명도를 확보하고 있는지를 엿보게 해준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긴 노정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내는 저자의 탁월한 혜안이다. 저자는 가장 성공적인 자유민주주의 체제에는 국가, 법치주의, 책임정부의 세 가치가 균형을 잡고 있다고 정리한다. 그런 균형을 가장 절묘하게 이룬 국가로는 덴마크를 든다. 그리고 놀랍게 책의 말미에는 한국도 그런 성공적인 사례로 거론이 된다.

 

부족집단을 벗어난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협으로 저자가 지목하는 것은 가산제적 가치다. 즉 사회에 통용되는 가족공동체적 사고다. 부정부패, 매관매직 등을 통해 취득한 사회적 가치를 장자상속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하면서 귀족, 족벌을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서유럽은 신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개인주의적 종교관으로 이러한 가산제 가치관을 일찍 청산하였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에 근거한 족벌적 가치관은 언제나 사회를 위협하는 잠재 변수라는 것이다.

 

저자가 경제성장, 사회적동원을 거쳐 정단성을 확보한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로 치는 한국은 놀랍게도 가산제 가치관이 극도로 팽배해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동의 하나인 결혼이 가족적 가치관를 극명한 사례다. 게다가 2세, 3세 경영이라는 단어가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도 이 사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한국은 성장을 이룬 가장 큰 힘인 교육을, 기여입학제라는 가산제도로 만들려는 의도가 곳곳에 암초처럼 존재하고 수시로 고개를 드는 나라다.


REVIEWS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