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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만 보면 일상에서 만나는 잡동사니들의 문화사 정도를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내용은 훨씬 심각하다. 자본주의 세계가 이 세상의 중요한 가치들을 얼마나 싸구려로 만들어 스스로를 지탱해왔는지를 설파하는 것이다. 독자가 판단한 두 저자는 골수 마르크스 주의자다.

 

그렇게 부당하게 가치 하락을 강요당해 온 것들의 목록이 의미심장하다. 자연, 돈, 노동, 돌봄, 식량, 에너지, 생명. 이 목록들만 봐도 저자들의 의도는 상당부분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자연이 저렴하다는 건 개발 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니.

 

책 전체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자연과 사회의 발명’이다. 잉글랜드는 아일랜드를 지배하면서 ‘야만인과 문명인’이라는 아이디어를 유지했는데 그 지배가 강화된 1541년의 시점이 ‘자연’과 ‘사회’의 개념이 현재와 가까운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연’을 발명한 사람들은 정복자들이고 부당이득을 취한 자들은 철학자들이었다고.

 

물론 이러한 개념분화가 항상 설득력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저자들은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이분법이 자연과 사회을 나누는 이분법이 한 뿌리에서 나왔다고 단언한다. 이때 자연에 해당되는 영역이 ‘여성/생태적’이라는 것이고. 그리고 그 음모에 가담한 자들의 하나가 데카르트이며 그의 자기중심적 주관성이 증거라는데, 좀 많이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저렴한 돌봄’은 결국 젠더 문제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혁명이 빵을 위해 시위대의 선두에 선 여성들로부터 시작되었으나 자본주의 생태계는 여성들의 역사 참여와 저항을 최소화, 묵음화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여성들이 노동이 저렴해졌다는 것이다. 많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완벽한 동의는 독자의 몫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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