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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운전예절이 형편없다는 것은 널리 동의되는 사실이다. 보행자를 무시하는 자동차들은 거리에 넘쳐난다. 나는 그 이유로 일제시대를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지배자들이 사용하던 이 물건이 식민지백성들을 무시하는 건 당연하고 그 태생의 모순 때문에 지금 자동차들이 보행자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추론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 시기를 좀더 뒤로 옮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자동차 역사, 문화, 스타일링에 관한 책이 좀 있기는 한데 이 책은 뿌리가 다르다. 자동차를 사회사의 관점에서 조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자동차는 어떤 자리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산업으로서 성장했느냐는 이야기다. 그것은 곧 한국의 사회사이기도 하므로 이 책은 자동차를 통해 한국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도 한다.

 

평가는 복잡하겠다. 1950년대에 드럼통을 펴서 미군이 남기고 간 엔진에 덮어 굴러다니는 기계를 만들던 사회가 세계 5위의 자동차생산체계를 갖추고 있으니 그 과정이 일목요연하거나 순탄하였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산업화 과정의 눈물나는 투쟁기로 읽히기도 한다. 그 투쟁의 배후조종자는 대한민국 정부이고 배우는 당연히 자동차회사들이다. 어느 회사는 굴지의 기업이 되었고 어느 회사는 사라졌다.

 

1990년대 이전까지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일본에 기식하는 처지임에 틀림없었다.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일본의 기술을 들여와 포장만 바꿔 수출해 온 모습이 이 책에 들어있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을 해야 하는 처지에서 우리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을 만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자동차 디자인 정체성을 묻는 것이 공정하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 자동차는 그냥 기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의 통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사회현상이라는 느낌이 더욱 확연해진다. 기득권 계층의 과시적 도구였던 자동차는 그 모습이 당연히 트렁크가 부각된 노치백이어야 하고 그래서 결국 프라이드는 베타버전을 만들어야 했다는 건 사회를 걷어내고 디자인 의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과시의 도구였기에 보행자를 무시하는 풍토가 고착화되었으리라는 것은 내 해석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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