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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본 역사교과서를 보다가 조선정벌이라는 단어를 보고 당황해했던 적이 있다. 우리가 임진왜란이라고 부르는 전쟁을 지칭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벌은 이미 수직관계를 암시한다. 손보아야 할 아랫 것을 마땅히 손본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다. 왜란 역시 수직관계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붙은 임진이라는 명칭도 중국중심의 세계관이 들어가 있는 것이고. 가장 객관적인 단어는 전쟁이다. 16세기의 동아시아삼국전쟁.

 

우리가 교과서에 왜적의 침입과 의병의 활약으로 서술하는 바로 그 전쟁을 이 책의 여러 저자들은 16,7세기 동아시아의 정세라는 틀로 들여다본다. 저자들의 국적은 당연히 다양하다. 우리가 일본의 역사교과서에 분노하면서도 그 분노가 분개에 그치는 것은 우리의 교과서 서술이 냉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냉정하지 않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서술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책을 읽어나가면 전장은 조선이었지만 다툼의 중심은 요동이었다. 고려말 위화도 회군에서 군대가 향했던 바로 그곳. 그러기에 임진왜란은 우왕의 책봉거부에서부터 이야기가 풀리고 조선, 명나라, 일본의 역학관계는 단순히 침략과 격퇴, 원조라는 간단한 단어로 서술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의 하나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서술의 변화다. 전쟁 중에 이순신 장군을 사형시키려고까지 했던 선조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평가가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러기에 여기 덮어씌운 모습은 충신이었다. 이 모습이 바뀌는 것이 일제강점기다. 국가를 구한 영웅,민족의 태양, 역사의 면류관과 같은 서술이 이때 등장한다. 이순신 장군의 모습 변화는 결국 역사의 서술은 살아남은 자, 그 중에서도 권력을 장악한 자의 몫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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