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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연대기. 저자 스스로의 표현이기도 한데, 꼭 책에 들어맞는 표현이겠다. 주제는 우리 주변의 물품들이 어떻게 모습을 바꿔나갔느냐는 것이다. 누군가는 디자인을 했겠지만 여기서 디자이너들은 부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변화 속에 담긴 사회의 모습이 훨씬 더 중요하다.

 

불려나온 주제들만 일별해도 흥미진진하다. 그릇, 화장품, 전화기, 자동차, 교과서, 소주, 담배, 라면, 약, 과자, 화폐, 간판, 카페. 일제시대 이후 이것들이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나간 것일까. 그리고 그 배경에 깔린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것이 저자의 이야기다.

 

가장 관심이 있던 것은 화폐였다. 한국 근대 디자인역사책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기는 하지만 새로운 서술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저자는 화폐 위조범이 중한 처벌을 받는 이유부터 설명한다. 액수에 관계된 사기여서가 아니고 공신력을 파괴시키는 행위여서라는 것. 그런데 놀랍게 우리의 화폐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조선시대 사람들만 즐비하다. 저자는 왜 화폐에 꼭 사람얼굴이 들어가야 하느냐고 묻는다.

 

책에는 국민차가 되었다는 쏘나타의 후면 디자인 변화가 일목요연하게 그려져 있다. 둥그랬다, 째졌다를 오가는 모습이 바로 우리의 심성변화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 요즘 한참 유행인 치켜뜬 후미등이 바로 편안하지 않은 우리의 마음 아니겠느냐는데 즉시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 문장, 전화를 건다는 것이다. 이건 전화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전화기에 붙은 수화기를 걸어야 했던 초기의 전화기에서 등장한 문장이라는 것이다. 책에 사진이 없어 정확한 이해는 되지 않으나 무릎을 칠 순간이었다. 전화기의 디자인이 전화기의 사용 행태를 거쳐 문장으로 남은 화석인 것이다.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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