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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한 소설이다. 해괴하다고 하는 것은 겪어보지 못했던 부류라는 이야기. 단편의 조합인 듯 하면서도 각 꼭지가 장편의 부분인 것처럼 여기저기 서로 출몰하며 연결이 된다. 첫 꼭지는 스릴러다. 연쇄살인사건에 관심이 많은 인터넷동호회원들 여섯 명이 산장에 모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하나 죽어나간다. 물론 누가 죽이고 있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책 전체를 가로지르는 줄기를 하나만 고르면 잔혹한 죽음이다. 대수롭지도 않게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그래서 책 뒤에 붙은 해설자의 분석은 소설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들로 죽음의 소비, 탈신비화된 죽음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책을 해괴하게 부각시키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구조다. 사실 사람들이 대수롭지않게 죽어나가는 것은 스릴러소설들에서는 매걸음 발부리에 걸리는 수준이다.

 

소설에서는 스토리텔링의 주체가 없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주인공이 없는 것이다. 주인공이 없는 것을 넘어 말을 하고 있는 화자가 인간인지, 문장인지, 커서인지가 헛갈리는 지경이다. 그래서 소설의 구조는 공간적으로 입체적이고 초현실적이다. 시작도 끝도 중간도 모두 서로 여기저기서 맞닿아 있기도 하다.

 

소설가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아라비안나이트>,  <미저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이미지들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한다. 읽고 나서도 머리 속은 뒤숭숭하다. 과연 그 커서는 소설의 안에 있는걸까, 밖에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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