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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만 1,000쪽이 넘어가는 본격 벽돌책이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문자 기록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지구에서 벌어졌던 인간의 이야기들이니 그 분량이 되어야 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런데 실제로 저자는 지구 구석구석까지 샅샅이 뒤져가며 그 과정을 설명한다. 그게 가능하기는 했을까.

 

저술의 종착점이 있다면 시발점이 궁금하다. 저자는 호미니드로부터 시작한다. 자유로와진 두 손으로 돌을 깨기 시작한 그 동물. 이 부분은 여전히 책마다 호칭과 서술이 제각각인데 일단 저자는 바로 오모에렉투스로 건너간다. 이 중 아프리카를 떠난 종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되었고 남아있던 종의 일부가 호모사피엔스가 되었다는 건 이미 통설. 저자는 이들이 옮아간 자취를 추적해나간다.

 

결국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은 기원전 1만 년 정도의 시점 어딘가에 몰려있다. 경작, 가축, 토기의 세 주제가 어떻게 등장하느냐는 이야기다. 저자의 힘은 그 전개를 심지어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메리카대륙까지 모두 추적하는데 있다. 물론 이들이 일정한 패턴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적지 않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다. 그럼에도 먹는 걸 해결하려는 인류의 의지는 일정하게 이들을 규정하는 동인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저자는 동아시아 서술을 빼놓지 않는다. 신기하게 한국과 일본이 한 꼭지를 배당받고 있다. 벼농사가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간 것은 정설이지만 일본의 조몽문화는 출처를 알 수 없다는 데 저자는 동의한다. 당황스럽게도 조몽토기는 전세계의 출토된 토기 중 가장 오래된 것이며 이 연대기는 아직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

 

저자는 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나 혁명적 순간은 없었다고 단정한다. 참으로 지난한 과정의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이야기다. 다루는 영역으로 보면 저자가 모든 현장을 다 뒤지고 다녔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저자는 단 한 칸의 각주도 없이 모두 참고 문헌에 근거를 밀어넣었다. 그 방대한 참고문헌을 보니 각주를 달 수도 없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독일어 원전의 첫 번역어가 한글인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낸 출판사도 박수를 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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