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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살다간 사람 중에 이처럼 많은 전기서술의 대상은 없을 것이다. 온갖 언어로 쓰인 전기들이고 그중에는 한국어가 당연히 들어있고 그게 지구상 사연이므로 통계를 낼 수도 없겠다. 궁금해서 아마존을 뒤져보니 베토벤의 머리카락만 주제로 삼은 책도 있다. 그런 레드오션에 새로 등장한 전기다.

 

번역본에는 ‘인간으로서의’라는 표현이 붙어있지만 원본 제목은 뱃심좋게 그냥 ‘Beethoven’이다. 수많은 벽돌책 베토벤 전기 중에서 겨우 350쪽 정도의 분량으로 살아남으려면 뚜렷한 차별화가 되어야 하겠다. 저자가 장착한 것은 아마 문장이겠다. 벽돌책들이 베토벤의 고증에 투자하여 몸집을 불렸다면 이 책은 그것들을 추려 참으로 흥미진진하게 엮었다. 또 그렇게 옮긴 번역도 큰 몫을 하고 있고.

 

제목의 앞에 붙은 ‘인간으로서의’가 옳게도 이 책은 베토벤의 음악 자체의 분석은 별로 없다. 이 책에는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훨씬 더 비중있게 담겨있다. 물론 그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후원자를 자처하던 귀족들이 이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다른 베토벤 전기들보다 상대적으로 강조되어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왜 베토벤이 본을 터나 빈으로 이주했는지도 정치적 배경으로 설명한다.

 

베토벤 주위의 사람들을 설명하면 빠지지 않던 것이 이 독신남 주위의 여성관계다. 그가 남겨놓은 애매한 이름과 호칭의 대상 규명이다. 자칫하면 선정적일 수도 있는 주제이곤 했고 마땅히 흥미로운 것이나 이 책은 딱 적당한 수준에서 서술의 밀도를 유지하고 있다.

 

책의 후반부는 역시 그의 골칫거리였던 조카 칼이 주요 서술대상이 된다. 베토벤의 말년에 등장한 쉰들러가 베토벤의 인생을 다시 조립하는데 어렵게 자료들을 왜곡해 놓았다는 비난이 빠지지 않고. 다른 유럽인의 전기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항상 느끼는 건 방대한 사료들의 존치다. 우리로는 정조, 순조 연간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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