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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가까왔음이 체감된다. 정치인이나 정치인 후보들의 사진이 실린 전단, 현수막들이 자꾸 눈에 띈다. 빨간색 정당이 힘을 쓰는 동네다 보니 이들의 상투적 무기는 대통령이나 당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다. 이미지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그 권력이 인증한 자신의 모습이겠다. 때 맞게 이미지의 생산과 조작이 어떻게 권력관계를 표현하는지를 이 책은 설명한다.

 

이 책이 분석의 도구로 삼는 것은 부제에 충실히 나와 있다. 바로 고종의 초상과 사진들이다.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엮은 것이라는데, 대한제국기 전후는 엄청난 속도로 권력의 중심이 움직인 시기이므로 참으로 매력적인 주제임에 틀림없다. 논문은 가치의 반이 주제인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벌써 충분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우선 느껴지는 것은 생각보다 고종의 초상과 사진이 훨씬 많이 재현, 재생산되었다는 것이다. 명성황후에게 남은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 사진 한 장임에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저자는 고종이 몇 번에 걸쳐 자신의 영정을 그리게 한 것은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바로 왕권의 정통성을 확인하는 도구였다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고종은 자신 뿐 아니라 태조부터 이어지는 영정을 다시 그리게 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서세동점의 시기에 고종이 정통성에 그리 집착한 것이 지금 어떤 의미인지 굳이 이 책이 판단하지는 않는다.

이미지 재현의 주도권이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고종과 순종의 모습이 재현되는 방식에 저자는 주목한다. 합방은 침탈이 아니고 조선왕실의 동의에 의한 평화적인 것이라고강조하기 위해서 현존하는 왕실의 이미지는 필요했다. 그 목적으로 고종과 순종은 수동적 피사체로 재현되고 배포되어야 했다는 것. 그들의 사진은 서양식 군주의 자세로 앉아 있는 메이지천황의 아래쪽에 항상 배치되어야 했고.

박사학위 논문답게 어디서 이걸 다 찾아냈을까 싶을 정도로 고종에 관계된 이미지들이 책에 빼곡하다. 선입견일 수도 분명 있으나 나도 이제 사람보는 관상은 생겼다고 스스로 믿는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고쳐 들여다보아도, 앉건 서건 저리 비스듬하게, 그리고 멍하게 존재하는 그가 개혁군주였다는 진단에는 동의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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