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미국에서 자취생활을 해야 하던 시절, 먹고살아야 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요리책을 사 읽은 적이 있다. “한소끔 끓어오르면 어슷 썬 대파를 적당량 집어넣으라”는 서술들에 어이없어 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설소식간’의 순서로 넣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 말고 왜 설탕, 소금, 식초, 간장의 그 순서로 넣어야 하느냐는 것이 궁금했다. 이것은 분명 화학적 변화이거늘 그 변화의 내용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당시에는 답을 찾지 못했는데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방대한 답. 

 

모든 동물은 입을 달고 있다. 생존의 전제가 먹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도 거기서 다른 동물이 아니로되 먹어야 할 대상이 다양하니 ‘음식과 요리’라는 두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도 방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는 간다. 책은 무려 본문만 쳐서 1,200쪽이 넘는다. 두께로만 보면 통독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곁에 두고 필요할 때 찾아보아야 할 참고서에 가깝겠다. 그러나 도대체 요리과정에서 그 재료가 도대체 어떤 화학적 작용을 거쳐 그 음식의 상황에 이르게 되는지를 설명한 이 ‘과학책’은 한번 붙들면 통독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펼쳐들려면 작심을 해야 한다.

 

우리가 고깃집에 가서 듣는 내공의 언질에 이런 것이 있다. “고기는 한번 뒤집어 먹어야 한다.” 육즙을 보존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그 근거다. 그러나 이 저자는 그 주장이 리비히가 19세기에 내민 것이고 그 이후 그 주장에 아무런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다고 단언한다. 우리의 정육점에 가면 지방의 마블링에 따라 고기 등급을 매겨놓는데, 그 마블링이라는 것은 20세기 초반 미국의 정육업자들이 지방많은 고기를 팔아먹으려고 고안한 작품이며 지금 전 세계에서 마블링 놓고 왈가왈부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한국의 세 나라 밖에 없단다.

 

이 책의 저자가 단 한 명인 것이 신기하다. 번역하고 감수하는데 세 사람이나 필요했던 책이기에 그렇다. 책 내용은 화학, 역사, 언어를 종횡무진 넘나든다. 그 내용의 깊이도 어정쩡하게 귀동냥한 근거로 우물쭈물하는 수준이 넘는 명쾌한 것이어서 감탄스럽다. 책값을 일반적인 서적에 비교하면 대단히 비싼 축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중요한 정보와 가치를 지닌 책이라고 보면 그 값은 정말 헐값에 지나지 않는다. 강남의 고깃집에서 혼자 소주 한병에 고기 일인분 먹고 일어날 값에 이 정도를 알려준 저자와 출판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일이다.


REVIEWS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