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첫 문장부터 따지고 든다. “백성 없이 통치하는 왕, 병사 없이 전쟁을 벌이는 장군, 또는 노동자 없이 이윤을 거두는 기업가를 상상해보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사가들이 갖는 “계급, 성차별 편견에 인종주의나 민족적 편견이 더해짐으로써 사악한 삼위일체가 완성”된다는 것이고.

 

지리상 영역은 유럽이고 이야기의 시작점은 중세의 붕괴다. 끝나는 지점은 사회주의 몰락 이후의 현재까지. 대개의 역사책처럼 뒤로 갈수록 서술이 많아져서 책의 1/3을 넘어서면 벌써 20세기에 들어선다. 개인적으로 훨씬 흥미로운 부분은 중세가 시들고 부르주아지가 슬슬 세상을 거머쥐는 앞 부분의 서술이다.

 

‘민중’이라고 번역된 ‘people’의 의미를 주로 설명하지만 교황과 군주의 이름이 나오지 않고 역사책을 서술할 길은 없겠다. 문제는 그 방식인데 저자가 제시하는 그 교황과 군주들은 희극에서 등장하는 수준으로 아둔하고 정신이 없다. 여기저기 점처럼 등장하는 그 사이를 꽉 채운 것은 물론 사회적 상황변화를 일으키는 집단의 모습이다.

 

그 집단적 ‘민중’이 세력를 형성해 규정되기 시작한 모습은 ‘노동자’, ‘프롤레타리아’, ‘노동조합’과 같은 단어로 호명된다. 그래서 20세기 넘어서면서 이 책은  노동자들이 어떻게 기여하고, 저항하고, 좌절했는지를 설명한다. 확연히 드러나는 것은 저자가 시종일관 빼놓지 않고 여성의 힘을 부각시키고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냉소적 문장의 서문을 읽으며 저자 소개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미국인 교수다. 신기한 것은 자본주의로 똘똘 뭉쳐 유지되는 미국의 저자가 이처럼 노골적이고 치얼하게 좌파(리버럴이 아니고)의 입장을 견지하며 책을 써나갔다는 점이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이렇다. “더 나은 세상이라는 이상과 이를 위해 투쟁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민중은 패배한다는 사실이다.”


REVIEWS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