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방대한 책이다. 책 뒤에 붙은 역자 대표도 이 말을 빼지 않는다.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전체를 모두 합하니 2,780페이지에 이른다. 절대량이 있어서 읽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걸 다 쓰는 데 십 년이 걸렸다고 한다. 오히려 생각보다는 많이 걸리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책에 들어있는 내용은 만만치 않다. 술술 읽는 책이 아니고 밑줄을 치면서 읽어야 하는 문장들이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문화(culturre)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특정한 집단의 생활양식, 혹은 음미하라 가치가 있는 추상적인 그 무엇. 저자는 두 가지 의미의 교집합을 갖고 대상을 골랐다. 특정한 집단의 생활양식은 결국 시장을 통해 객관화된다. 즉 많이 팔렸느냐는 것이다. 말하자면 어느 문학작품이 문학사라는 관점에서 가치가 있는가는 저자의 관심이 아니다. 과연 얼마나 팔렸는가, 즉 그 책이 그 사회에서 얼마나 널리 받아들여졌는가가 관심사다. 그래서 책에서는 베토벤의 음악도 크게 더 중요하지는 않다. 그의 음악이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가 서술에서는 더 중요하다.

 

저자는 서술의 대상에서 미술은 제외했다. 19세기 초반에 가장 중요했던 문학과 출판에서 시작하여 20세기 말의 서술은 월드와이드웹으로 마무리된다. 문화라는 점에서 당대에 가장 중요한 유통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제목에는 유럽이라고 되어 있지만 결국 유럽으로부터 문화적으로 이식된 국가 미국도 설명에는 포함되어 있다. 방대한 책이어도 다뤄야할 내용이 더욱 방대하므로 저자는 곳곳에서 자신이 요약한 입장을 수시로 표명할 수밖에 없다. 그곳이 바로 밑줄이 쳐져야 할 곳이다. 예리한 탁견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드러나고는 한다.

 

책의 헌사는 에릭 홉스봄을 향한다. “최고의 마에스트로에게”라는 최고의 경의가 붙어있다. 책의 뒤표지에 인용된 글에서 홉스봄은 이 책을 “세계주의적 학자의 기념비적 저작”으로 평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중에 에릭 홉스봄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으니 책을 읽는 마음이 조금 더 진지해졌을 수도 있다. 저자의 이름이 웬지 익숙하다싶어 집의 책꽂이를 찾아보니 <Becoming Mona Lisa>의 저자였다. 모나리자 그림이 오늘날 그런 아이콘이 되는 과정을 시시콜콜히 파헤친 바로 그 저자. 이 기념비적 저작을 읽는 시간은 좀 오래 걸렸지만 200년에 비한다면 참으로 짧은 시간이었다. 저자, 번역자, 출판사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REVIEWS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