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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이 무슨 색이냐. 이건 색채를 묻는 질문이 아니다. 그 살을 지닌 사람이 어떤 문화적인 배경을 지녔으며 어떻게 규정되고 있느냐를 묻는 질문이다. 지금 우리가 살구색으로 바꿔 부르는 그 살색은 사실 몽골리안으로서 우리의 피부색은 아니었다. 저자에 의하면 이 살색이라는 단어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독일의 필기구회사 <Faber Castell>에서 노골적으로 지칭되고 있는 단어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고.

 

우리의 몸을 문화적인 맥락에다 놓고 보면 희한하고도 어이없으며 괴상한 일들이 수도 없이 드러난다. 문제는 그게 어느 정도냐는 것인데 이 저자는 곳곳에서 그 예를 간파한다. 그 문화가 일상이다보니 오랜 시간에 걸친 평상시의 관심이 아니라면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염색, 냄새, 누드, 얼굴, 문신, 속옷 등 참으로 다양하기도 하다. 그리고 신기하기도 하다.

 

우리의 정치인들은 대개 조금이라도 젊어보이겠다고 염색을 한다. 염색이 문제가 된 경우는 내가 알기로 없다. 그러나 독일에서 정치인들의 염색은 자신의 나이를 속이려는 부정직한 행위로 비쳐진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우리의 신문은 고유명사로 지칭되는 모든 등장인물들의 나이를 괄호 안에 넣어야 속이 시원해지니 나이을 속일 필요도, 속일 수도 없다. 젊어 보인다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그러나 독일은 짐작컨데 나이를 묻지도 대답하지도 않을 것이므로 그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인 머리 염색이 문제가 되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역 계단에서는 핸드백으로 짧은 치마의 뒤를 가리고 올라가는 젊은 처자들을 무수히 본다. 굳이 짧은 치마를 입고, 그 안에 속옷을 다 입고나서는 굳이 이걸 가리는 건 무슨 의미일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저자에게도 이것은 이상하게 보이는 모습이었던 모양이다. 남편이 독일인이라는 저자는 그래서 한국인의 몸 인식을 훨씬 더 개관적으로 보고 생각할 기회가 많았던 듯하다. 그러기에 저자의 당연한 말들은 메시지가 더 뚜렷하다. “타자의 시선을 의식해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이는 열등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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