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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야기처럼 옷이야기도 끝이 없어 보인다. 옷이 음식과 다른 점은 훨씬 더 인습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겠다. 음식은 먹다가 맛이 이상하면 뱉어내지만 옷은 불편해도, 이상해도 그냥 입고 다닌다. 왜 그런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들도 숱하게 많고. 이 책은 옷을 포함해서 입고 걸치는 것들에 숨어있는 황당한 이야기들이 그 내용이다.

 

디어헌터가 아니고 비버헌터라는 단어를 가물가물하게 들은 기억이 난다. 당연히 비버를 잡으러 다니던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먹을 것도 없는 비버를 잡은 이유는 고기가 아니고 가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가죽이 필요한 것은 꼭 필요하다고는 볼 수 없는 모자를 만드는 재료로 최고의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란다. 비버모피 중개로 돈을 번 존 에스터가 그리하여 모은 돈은 화폐가치를 감안하면 빌 게이츠가 가진 자산의 두 배. 멸종으로 치닫던 비버사냥은 갑자기 멈추었다. 이유는 비버가죽이 아닌 실크로 만든 모자가 유행을 시작했기 때문.

 

제목에 ‘사람’이 들어가 있는데 이 동물의 판단이 합리적인 경우가 많지 않고 모아놓으면 그 정도가 심해지므로 책에는 황당한 사례들이 즐비하다. 너무나 황당하여 비버멸종위기사건을 거뜬히 능가하는 것들이다. 도대체 여자들이 결혼식장에서 왜 흰색 드레스만 입게되었는지, 시리아여인들이 걸치고 다니는 검은 옷의 안쪽에서 과연 어떠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책은 역사서가 아니므로 특별한 전개의 구도를 갖고 있지는 않다. 이야기의 대상이 그런 구도의 설명을 잘 허용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런 사건의 나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개탄스럽다. 그런 개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입고 걸치는 문제에서 타인이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상황을 저자가 인용한 간단한 문장이 예리하게 정리한다. “유행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복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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