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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위에 대한 근본. 온도를 측정하자. 그러려면 온도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온도라는 개념이 없는데 온도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그럼 온도계가 없는데 온도는 어떻게 측정하지? 그럼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답은 간단하다. 누군가가 뭔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 간단명료하게 따라야 할 길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과정을 우리 식대로 표현하면 좌충우돌.

 

시작은 간단할 수 있으나 그 과정은 참으로 더디고 곤혹스런 작업이었다. 우리는 섭씨 계측법에 동의했고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고 배웠다. 그런데 물을 끓이다 보면 도대체 어떤 것이 끓는 순간인지를 알기 어렵다. 끓는다는 것을 정의해야 한다. 그러면 언다는 것은 무엇일까. 질문은 이어진다. 수은과 알콜을 계측물질로 선택했다고 치자. 이들이 어는점부터 끓는 점까지 비례하여 팽창한다고 볼 수 있는가. 온도가 100도가 넘어 수천도에 이르는 것은 어떻게 측정해야 하나. 온도가 오르는 것은 ‘열’ 때문이라고 쳐도 내려가는 것은 ‘냉’이라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기 때문인지 ‘열’의 부재 때문인지를 알 수가 있을까.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이기에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이다. 그것을 우리가 부르는 이름은 철학이다. 그래서 담담한 영문제목<Inventing Temperature> 대신<온도계의 철학>이라는 한글 제목은 책의 내용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온도가 구체적인 것이 아니기에 질문은 추상적인 것이다. 도대체 추상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

 

온도와 온도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기념비적인 것이었다면 이 책도 그렇다. 이런 사소하여 너무도 막중한 질문을 던지고 끝까지 그 궤적을 추적한 저자가 감탄스럽기만 하다.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상황도 모르고 영문본으로 읽으려고 했던 적이 있다. 아마 중간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책은 역사와 철학의 두 권으로 나눠 출간해도 좋을 정도로 방대하거나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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