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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의 문장이 단호하다.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북한과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어떤 노력과 방안에서도 선택할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원조, 관여, 고립, 제재, 억지 등이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다. 군사적 충돌을 제외한 모든 사안이 검토되고 시행되었으나 모두 효과가 없었다. 그럼 남은 것은? 당연히 없다. 저자는 단호하다. 지금까지의 모든 대북 접근법들이 파산했음을 국제공동체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책을 읽게 된 것은 북한 사회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900일 동안 체류한 경험을 책으로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검색하고 서적을 찾아봐도 등장하는 북한풍경은 평양 양각도 호텔 꼭대기에서 멀리 내려다본 주체사상탑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간혹 몰래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돌아다니기는 해도 그건 여전히 이미지일 뿐이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이 영국인 외교관은 북한 사회에 접근하는 일정한 특권과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 900일 동안 쉬지않고 돌아다닌 결과를 쓴 책 덕분에 나는 북한의 사회적 풍경에 반발자국 더 들어가 이해할 수는 있게 된 듯하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라기보다는 왕조국가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데 당연히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최고 통치자가 세습이 되기 때문이 아니고 제한된 엘리트가 별도의 사회를 조직하고 살고 있다는 점에서 더 확실히 동의하게 되었다.

 

식당에서, 시장에서, 혹은 농촌귀퉁이에서 결국 모든 사회는 그 단면을 보여줄 수 밖에 없다.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유포되는 남한의 연속극을 통해 이제 북한도 남한의 실정을 알 만큼 알게 되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는 핵심엘리트 집단의 존재는 그런 경제적 비대칭관계를 사회개혁의 동력으로 삼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도 저자의 진단이다.

 

전반부의 체험기는 뒤로 가면 외교적 진단으로 마무리가 된다. 저자는 냉철한 논리를 들이대며 북한과 그 주변 국가들의 관계를 정리한다. 결국 게임의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는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다. 그러만 문제는 여전히 이 대한민국도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다 코리아는 이 모양이 되었는지가 개탄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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