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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띠지에 붙은 내용은 이렇다. “최고의 역사인류학자가 보여주는 문명읽기의 새 패러다임”, “왜 ‘아프리카 요리’는 없는 걸까?” 이 최고의 역사인류학자가 본문에서 답하는 이유는 이렇다. 아프리카에 요리가 없다는 것은 계급적으로 차별화된 요리가 없다는 것이고 그 이유는 토지보유가 배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사회전반에 계층화가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것은 워낙 인구밀도에 비해 토지가 넓었기 때문이라는 것. 저자가 짚는 단 하나의 예외국가는 이디오피아.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는 가족과 음식, 그리고 나머지다. 영국인 저자는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하되 어떻게 인접국가에서 가족의 개념이 좌충우돌 들고 나왔으며 중국음식, 와인, 파스타와 같은 음식들이 종횡무진 세계 여기저기에 출몰했는지를 설명한다. 정확히 이야기하며 설명하려고 한다. 장자 지정이 상속의 문제와 어떻게 결부되는지와 같은 문제는 분명 흥미로운 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두툼한 책은 아쉽게도 두서가 없다. 저자가 작심하고 쓴 책이 아니고 주섬주섬 모아 큰 가지에 맞는 내용들을 두루 널어놓은 느낌이다. 그래서 가족이야기에는 수없이 많은 인용들이 저자의 목소리 앞에 있고 음식에서는 논지가 뚜렷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꼭지마다 줄을 서 있다.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별로 친절하지 않은 번역이다. 아무리 곱씹어 읽어도 번역은 원전을 확실히 이해한 후 녹여낸 것이 아니다.  문장을 매끄럽게 이어줄 접속사는 별로 보이지 않고 원래 단어가 추측되는 몇몇 형용사는 무신경하게 직역되어 있다. 나는 음식 이후의 마지막 주제 ‘의혹들’은 거의 건너 뛰었다. 과문한 이유로 저자가 최고의 권위를 내세울 지는 알 수 없어도 이 책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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