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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은 지 감감한 시간이 지났다. 게다가 일본 소설은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 전 사건이되 조몽토기 이야기가 나온다는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그런데 허를 찌르고 건축 이야기였다. 배경은 설계사무소의 섬머하우스이고 등장인물들은 죄 거기 근무하는 사람들.

 

건축설계는 나름 전문적인 분야여서 모르는 사람들이 그 속내를 알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렇게 시시콜콜히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이라면 당연히 건축설계를 직접 접해본 사람이어야 했다. 그러나 저자 마쓰이에 마사시는 58년생이되 편집장 수준의 글 기획자였고 퇴임 후 2012년 발표한 첫 소설이 이것이란다. 건축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직업을 가진 이였으되 엄청 늦게 등단한 신인소설가인 셈이다.

 

대체적인 평가는 문장이 불러오는 색채와 향기에 집중되어 있다. 이 소설을 한가지 색으로 표기하라면 당연히 초록일 수밖에 없겠다. 초록이라는 색이 갖는 깊이도 다양하되 이 책에서는 우거진 숲 속에서 채도는 높고 명도는 낮은 그런 초록일 것이다. 이파리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대비되면서 그래서 어두움이 대비되는. 그리고 가끔 쏟아지는 빗줄기가 잊었다는 듯 채도를 올려놓는 그런 녹색.

 

소설가는 ‘이름 모를 산새가 운다’는 수준의 서술을 혐오하는 듯 하다. 온갖 다양한 새들의 울음소리와 색깔이 새의 이름들과 함께 정확하고 시시콜콜히 소환된다. 세 끼 먹는 음식들의 냄새가 숲의 냄새와 버무려져 소설 내내 가득하다. 이런 소설은 참으로 일본정서가 아니면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료에 집착하는 소설 속 장인 건축가 무라이 슌스케의 실제 모델은 요시무라 준조라고 한다. 건축에 관심도 많고 도면집도 많이 찾아봤으므로 굳이 특별히 건축에 대한 취재는 필요없었다는 것이 소설가의 후일담이란다. 등장하는 건축가가 건축재료에 극도로 집착하고 있다면 막상 이 소설가는 단어에 집착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소설의 문장들이 소설과 잘 맞는 느낌이 들고. 원제는 <화산 자락에서>인데 번역본의 한글 제목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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