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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많은 도시 도쿄의 하천 상당 부분이 인공 수로이고 그 모습이 나선형의 군사적 장치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내가 알고 있던 어떤 도시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나선형 수로의 착상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1590년 추분의 축제일에 황폐한 에도성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정식으로 입성한다. 그리고 꾸준히 커나간 도시는 결국 세계 최대의 도시로 성장한다. 지금의 바로 그 도쿄. 그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이 책은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참근교대, 천하보청은 오히려 이 책에서는 소략하다. 저자는 건축학자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것들이 이루어졌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도상작전처럼 도시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건축방식을 치밀하게 그려나간다. 그래서 책은 전체가 오래된 영화를 다시 들여다보듯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거기서 엄청나게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책에 가득한 삽화다. 그림을 그린 이는 자신이 며칠 전까지 에도시대에 살다 나온 듯한 모습으로 당시를 말 그대로 ‘그려낸다.’

 

사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인명들이다. 에도를 만들기 위해 투입되었던 장인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다. 당연한 비교로 같은 시대의 조선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당쟁의 성리학자들은 즐비한데 단 한 명의 장인도 등장하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 쪽 역사의 이야기이니.

 

에도에 적잖은 도시 전멸을 위협하는 화재가 있었다는 것도 새로 알았다. 에도 문화의 중요한 모습인 우키요에나 하이쿠가 이 책을 통해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다. 도대체 왜 에도시대의 글들은 이상하게 스산한 느낌이 드는지 어렴풋하게 알 것도 같다. 오히려 에도가 ‘뜬 세상의 아름다움’을 남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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