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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를 단순무식하게 외우던 시절, 펴놓은 책에 나열된 단어의 옆에는 그것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의 갈래가 나와 있었다. 라틴인지, 그리스인지 혹은 다른 잡종 언어인지. 외워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면 이렇게 어원을 찾아주는 책은 항상 즐겁게 읽을 대상이다. 그런 책이 적지도 않고.

 

이번 저자는 허를 찌르고 일본사람이다. 그가 탐구한 대상은 영어고. 우리의 영어 관점이 일본을 거친 것이므로 접근 방식이 새로울 리가 없겠다.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책은 흥미진진하다. 책 한 권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주제가 아닌 만큼 어디를 짚어 읽어도 재미있는 내용들이다.

 

이 책도 연대기로 서술된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시작하여 중세영어, 종교개혁, 대항해시대, 과학기술의 시대를 거쳐 21세기의 새로운 언어 등장까지 망라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중제 영어다. 바로 오늘의 United Kingdom을 만든 역사가 어원의 배경에 실려 설명되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세뇌(brainwash)”가 한국전쟁 시기에 등장한 단어라는 것이다. 내 짐작과 달리 저자는 이 단어가 한자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라고 알려준다. 중국군이 미군포로들에게 공산주의를 믿으라고 강요했던 행위가 ‘세뇌’인데 그걸 영어로 직역했다는 것이다. 동사는 명사에서 파생된 것이고. 수 많은 영어권 북한방문자가 되뇌는 “brainwashed”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원제는 ‘아담의 사과(Adam no Ringo)’인데 번역 제목은 그런 위트를 버렸다. 책을 쓰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이름이 후기에 등장하는데, 이들을 보고 있자니 과연 인문학적 깊이가 있는 사회에서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는 느낌이 확연하다. 원전을 읽을 수 있는 폭과 깊이를 갖춘 사회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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