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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시간에 배운 <화랑세기>의 연장인가 하고 봤더니 그건 아니고 말 그대로 나무의 갯수를 센다는 의미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캠퍼스의 나무 갯수를 세보라고 시킨단다. 그때 나무들에 대한 관심이 애정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에게 나무는 공부의 대상이며 나무를 세는 것이 공부라고 단언한다. 이미 목숨을 던지고 목재로 변한, 말하자면 나무의 시체만 보고 사는 직업의 사람들에게는 좀 양심의 꺼리낌도 생긴다.

 

저자가 책에서 등장시킨 나무는 박달나무, 계수나무, 대나무, 은행나무, 측백나무, 호두나무 등 열 여섯 종이다. 이 나무들이 역사서적 속에서 어떤 모습이고 지금 어디가면 수백년 나이를 먹은 그 종류의 나무를 만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참, 저자는 사학자다.

 

책을 읽고보니 건축쟁이들이 건물 답사하는 것은 오히려 한가한 작업으로 느껴진다. 이미 알려질만큼 알려진 건물들을 주로 다니는지라 주소를 들고 가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무에는 주소가 없다. 게다가 덩치가 큰 나무들은 대개 산골 오지에 있기가 십상이어서 실물판 숨은그림찾기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 책에는 그 먼길을 수고한 저자의 발걸음이 들어있다.

 

저자의 노고에 비해 문장은 좀 산만하다. 더 간결히 정리를 했으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가구제작자인 Geroge Nakashima가 쓴 <The Soul of a Tree>라는 책이 있다. 그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나무의 시체를 놓고 자꾸 자연을 이야기하는 것이 좀 불편했었는데 이 책은 아예 나무에 손대기를 헐씬 더 불편하게 만든다. 나무는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 존재는 아닐지 모르지만 인생을 걸고 전력투구하는 진화의 생명체인 것은 틀림없다. 그를 잘라내어 거의 다 버리고 곧은 부분만 일부 쓰는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불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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